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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장준하 선생님과 맥주 한잔 하고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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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군 장교로서 1945년 국내 진공작전을 위해 중국 시안에서 미국 정보기관(OSS) 특수 훈련을 받던 당시의 장준하(오른쪽), 김준엽(가운데), 노능서(왼쪽)   

 

해방 직후인 1945년 8월 18일, 故 장준하 선생님께서 광복군 자격으로 여의도비행장(현 여의도공원)에 도착했을 때, 그곳을 관할하던 일본군 시브자와 대좌가 장준하 선생님 앞에 무릎을 꿇고 '항복주'라면서 맥주 한 잔을 바치는 일이 있었습니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였던 장준하 선생님은 그때까지 한번도 술을 마신적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왜군 대좌가 바치는 항복주의 의미를 생각해서 제발 딱 이 한 잔만 마셔달라"는 김준엽 선생님의 간곡한 권유로 눈을 질끈 감고 생애 첫 술잔을 기울이게 됩니다. 

 

그날 이후 매년 8월 18일이 되면 장준하 선생님의 지인들은 여의도에 모여서 함께 맥주를 마시며 '승리의 날'을 기념했다고 합니다. 이것이 <청년 광복군 장준하 귀국기념 호프데이>의 기원입니다. 

   

▲ 2013년 8월 24일(토), 을지로의 '레벤브로이'라는 호프집에서 <청년 광복군 장준하 귀국기념 호프데이>가 열렸습니다.

 

 

▲ 남녀노소 할것 없이 정말 많은 사람들이 오셨습니다. 이 호프집 개장한 이후로 가장 많은 손님들이 찾아왔다고 하네요.

 

정말 훈훈했던 것은 자리가 모자라서 자리이동을 하거나 합석을 해야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모든 분들이 기꺼이 이러한 불편함을 즐기시더군요. 심지어는 자리가 없어서 헛걸음 하게 된 분들도 모두 미소가 한가득이었습니다.

 

그 이유는 이 자리에 참석하신 분들 모두가 장준하 선생님을 기억하고 존경한다는 공감대가 있었기 때문이었겠지요. ^^

 

 

  

 

▲ 다양한 Live 공연도 함께 펼쳐져서 눈과 귀가 함께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

 

 

▲ 공연이 진행될 때 마다 여기저기서 자연스럽게 함께 노래하고, 박수치고, 춤을추고, 앵콜을 외치고... 한마디로 흥겨운 축제 그 자체였습니다. 

 

 

▲ 사회각계의 인사들이 자신의 애장품을 내놓고 이를 경매하여 기부하는 행사도 마련되었습니다. 사진에 인터뷰를 하고 계시는 분은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이신 박재동 화백이십니다. 본인이 직접 그리신 '개성의 박연폭포' 그림을 경매에 내놓으셨습니다.

 

 

▲ 박재동 화백이 그리신 '개성의 박연폭포'입니다. 이 그림은 35만원에 낙찰이 되었습니다. ^^

 

 

▲ 표창원 교수님도 호프데이를 찾아주셨습니다. 왼쪽은 장준하 선생님의 장남이신 장호권 선생님이십니다. 두분이 건배를 하시는 모습입니다.

 

 

 

 

▲ 장준하 선생님의 이름으로 하나가 된 참으로 즐겁고 행복했던 하루였습니다.

 

 

다만 한가지 좀 황당했던 에피소드가 있습니다. 저는 이날 장준하 선생님의 장남 장호권 선생님의 바로 옆에 앉아서 시간을 함께 했습니다. 그런데 어떤 분께서 장호권 선생님께 다가오셔서 악수를 청하며 이런 말씀을 대놓고 하시더군요.

 

"장호권 선생님, 좌파와 함께 하지 마십시오. 새누리당과 함께 하시고, 박근혜 여사와 함께하십시오."

 

갑자기 술이 확 깨더군요. 

 

이 사람은 약 한시간 후에 또다시 찾아와서 이번엔 귓속말을 하더군요. 그런데 귓속말 하는 소리가 너무 커서 무슨 말 하는지 다 들리더군요. 그는 앵무새처럼 똑같은 말을 반복했습니다.

 

"장호권 선생님, 좌파와 함께 하지 마십시오. 새누리당과 함께 하시고, 박근혜 여사와 함께하십시오."

 

어이가 없어서 한마디 하려다 축제 분위기 망칠까봐 꾹 참았습니다.

 

장준하 선생님은 좌우 색깔론을 입힐 수 있는 그런 분이 아닙니다. 대한민국 헌법정신의 기초가 되는 '대한민국 임시정부'와 '4.19 혁명'의 뿌리가 되셨던 큰 어른이십니다.

 

그리고, 친일파의 후손으로 가득한 새누리당과 함께하라구요? 독립군의 후손을 뭘로 보고 그런 말이 나오는지 황당했습니다. "못난 조상이 되지 말라"는 장준하 선생님의 유훈을 평생동안 지켜오며 살아오신분이 장호권 선생님이십니다. 

 

그리고.... 박근혜 여사? ㅎㅎㅎ 그냥 한번 웃겠습니다. ㅋㅋㅋㅋㅋ

  

 

     

▲ 저는 이날 장준하 선생님이 쓰신 <돌베개> 책을 들고 갔습니다. 그리고 장호권 선생님과 표창원 교수님의 친필 사인을 받았습니다. ^^v

 

 

<청년 광복군 장준하 귀국기념 호프데이>는 그렇게 성황리에 마무리 되었습니다.

 

그리고 마음속에 한가지 꿈을 그려봤습니다.

 

▲ 이 사진에 나오는 비행기가 바로 장준하 선생님이 귀국하실 때 타셨던 비행기입니다. 지금 이 비행기를 찾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고 합니다. 그만큼 역사적 가치가 크다는 얘기이지요.

 

만약에 이 비행기를 찾게 되면 여의도 공원에 전시를 하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8월 18일이 되면 이 비행기 앞에서 <청년 광복군 장준하 귀국기념 호프데이>를 여는겁니다.

 

자로의 꿈이 하나 더 늘었네요. ^^

 

우리 모두가 장준하 선생님의 삶과 죽음, 그리고 민주주의를 열망했던 그 정신을 꼭 기억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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