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티즌 수사대 자로입니다.
제가 본의 아니게 많은 주목을 받게 되면서 사실과 다른 이야기들이 많이 돌아다니더군요.
그 부분을 좀 더 명확하게 할 필요가 있어서 글을 올립니다.
가장 먼저 명백하게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은 이겁니다.
국정원 트위터의 진실을 밝혀낸 것은 제가 아니라 '뉴스타파'입니다.
저는 뉴스타파가 공개한 국정원 추정 트위터에 대한 크라우드 소싱 자료를 토대로 자료를 정리하고 추가적인 의혹을 제기했을 뿐입니다.
그동안 저는 SNS와 블로그를 통해서 이 사실을 수시로 밝혔습니다.
하지만 마치 제가 혼자 국정원 트위터의 모든 걸 밝혀내고, 심지어 원세훈까지 감옥에 보냈다는 식으로 언론 보도가 되고 있어서 저도 너무 불편합니다.
예를 들면 '일요시사'에 이런 기사가 나간 적이 있습니다.
http://www.ilyosisa.co.kr/news/articleView.html?idxno=77249
이 보도의 경우 사전에 저에게 동의를 얻고 내보낸 기사도 아닙니다.
게다가 국정원 핵심계정 10개와 121만건의 국정원 트위터를 마치 제가 찾아낸것 처럼 보도하고 있는데 이는 명백히 사실에 어긋납니다.
국정원 핵심계정 10개를 찾아낸 건 뉴스타파, 121만건의 트윗을 찾아낸 건 검찰이 한 일입니다.
'네티즌 수사대'의 긍정적인 역할을 알리기 위해 저에 대한 소개를 올려주신 것은 고마운 일이지만, 사실관계는 보다 명확하게 해야 하는 것이 언론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이 기사를 발견했을 때, 곧바로 이러한 사실을 더 자세히 밝혔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한 것은 저의 불찰입니다.
그리고 이번에 제가 직접 인터뷰에 응한 조선일보 기사가 있습니다.
[나는 네티즌 수사대다]④ 자로, 얼굴 없는 정치 범죄 수사대
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5/02/24/2015022402783.html
제가 조선일보와 이런 인터뷰를 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조선일보는 예전에 저의 아이디와 닉네임을 무단으로 내보내며 "익명이 판친다"고 대놓고 공격한 적이 있습니다.
이랬던 조선일보가 저에게 직접 인터뷰를 요청했다는 사실이 놀랍기도 했고, 호기심도 발동해서 응하게 됐습니다.
기자분은 젊고 인상도 매우 좋았으며 겸손한 태도를 가지신 분이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기사가 나온 걸 보니 아쉬운 점이 있었습니다.
국정원 트위터의 핵심 계정 'nudlenudle'이 국정원 이XX 요원이라는 걸 밝혀낸 것은 '뉴스타파'라고 수차례 말씀드렸지만, '뉴스타파' 이름은 쏙 빼버리셨더군요.
그리고 마치 제가 원세훈을 감옥에 보낸 것처럼 쓰셨는데 이건 지나친 논리적 비약입니다.
국정원 대선개입이 선거법 유죄가 난 것은 진실을 밝히기 위해 땀 흘린 기자들과 몇몇 정치인들, 그리고 촛불을 들고 모인 수많은 시민들 덕분입니다.
제가 국정원 대선개입을 꾸준히 추적해온 것은 맞지만, 이 정도로 극찬받을 일을 한 건 아니라고 봅니다.
저를 인터뷰하신 기자님이 저에 대해 좋게 기사를 써주신 건 고맙지만, 너무 과분한 칭찬이라 솔직히 불편한 심정입니다.
또 하나 밝히고 싶은 점이 있습니다.
제가 첨단 장비를 갖춘 비밀 해커조직 아니냐고 하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심지어 북한의 간첩이냐고 묻는 분들도 계십니다.
저는 조직도 아니고, 해커도 아니고, IT 전문가도 아니고, 간첩도 아닙니다.
그저 대한민국에 상식과 정의가 바로서기를 바라는 평범한 '1인'입니다.
첨단장비 이런 거도 당연히 없습니다.
그동안 제가 만들어 올린 모든 자료들은 기존에 공개된 자료를 토대로 논리와 추리, 그리고 구글링만으로 만들어 낸 결과물입니다.
남들과 조금 다른 점이 있다면 호기심과 상상력, 그리고 끈질김이 남달리 좀 유별날 뿐입니다.
그러니 제발 저에게 이런 쪽지 좀 보내지 마시기 바랍니다.
"수사권도, 첨단 장비도 하나 없는 일개 네티즌도 이 정도까지 밝혀내는데, 검찰과 경찰은 도대체 뭘 하는 건가!"
제가 네티즌 수사대로서 던지고 싶었던 메시지입니다.
검찰과 경찰이 제대로만 하면 네티즌 수사대는 필요없을 텐데 참 씁쓸합니다.
어떤 분들은 제가 익명으로 활동하는 것에 대해서 비판하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예를 들면 제가 이번에 인터뷰한 조선일보 기사에 이런 댓글이 달렸습니다.
제가 익명으로 활동하는 이유는 두렵기 때문입니다.
저와 저의 가족에게 피해가 올 까봐 두렵기 때문입니다.
얼마 전 저의 부모님께서 새해 덕담으로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이제 제발 인터넷에 글 좀 그만 올려라. 너무 걱정된다."
저의 익명 활동에 대해 비판하시는 분들에게 진심으로 묻고 싶습니다.
그동안 우리 사회가 진실을 알리기 위해 노력해온 사람들을 제대로 보호해줬나요?
제가 만약 부당한 불이익을 받게 되면 당신이 저를 도와줄 건가요?
글을 쓰면서 마음 한구석에서 뭔가 뭉클하는 감정이 올라오는 것을 느낍니다.
저의 사랑하는 아이들에게는 지금보다 좋은 세상을 꼭 물려주고 싶습니다.
이를 위해 지금까지 해온 대로 쭉 가겠습니다.
'자로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네티즌 수사대 자로의 카카오 스토리채널을 오픈했습니다 (1) | 2014.09.25 |
---|---|
제 이름을 걸고 강력 추천합니다 (2) | 2013.12.30 |
외신으로부터 인터뷰 요청을 받았습니다 (2) | 2013.11.30 |
네티즌 수사대로 산다는 것 (38) | 2013.11.29 |
국정원 트위터를 추적했던 시간들을 돌아보며... (2) | 2013.10.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