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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뉴스타파 앵커 최승호PD가 직접 글을 올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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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타파 앵커 최승호PD가 Daum 아고라에 직접 글을 올렸습니다.


뉴스타파 애니다큐 '자백이야기'를 만들며


뉴스타파를 사랑하는 아고라의 시민 여러분, ‘자백 이야기’를 보셨습니까?

‘자백이야기’는 화교남매간첩사건(서울시공무원간첩사건)을 애니메이션을 통해 묘사한 다큐멘터리입니다. 제가 이전에 이런 형식의 프로그램이 있었는지 전문가들에게 물어봤는데 없었던 것 같다고 하시더군요. 적어도 한국에서는 처음인 것 같습니다. 

제가 애니메이션을 생각하게 된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여동생 유가려씨가 국정원 합동신문센터에서 180일 동안 갇혀 지내며 간첩이라고 자백하는 과정, 한 번 자백한 후에도 여러 차례 진술을 번복해 간첩이 아니라고 했지만 결국 오빠가 간첩이라고 자백할 수밖에 없었던 과정은 통상적인 다큐멘터리 기법으로는 도저히 묘사할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를 도와줄 애니메이션 전문가를 찾게 됐고 결국 이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180일 동안 유가려씨를 가두고 간첩자백을 받고, 변호인들과 만나지 못하게 하고, 오빠와도 만나지 못하게 하고, 판사 앞에서 국정원에서의 자백을 다시 하게 해서 돌이킬 수 없는 증거로 만들었던, 그리고 중국으로 추방될 때까지 국정원 합동신문센터 안에 가둬두려 했던 국정원의 의도가 느껴지십니까? 

여러분은 국정원이 왜 그랬다고 생각하십니까?

저는 국정원이야말로 여동생이 바깥세상과 접촉하는 순간 곧바로 자백을 번복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금방 번복할 것을 알면서도 그 자백에 기대 기소만 하면 결국 유죄판결이 나올 것이라고, 그리고 국정원 수사관들은 간첩을 잡은 영웅이 되는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하는 것이 저의 추측입니다. 실제로 간첩사건은 자백만으로 유죄판결이 나옵니다. 심지어 법정에서 아무리 자백이 허위였다고 당사자가 주장해도 판사들은 잘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저는 법관들이 자백이야기를 많이 봐주셨으면 합니다.

흔히 판사들이 자백에 신빙성을 둘 때 쓰는 표현이 있습니다. “당사자가 아니면 알 수 없을 정도로 진술이 구체적이고.” 자백 내용이 구체적이면 판사들은 신빙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하는데, 사실 수사관들은 허위 자백도 구체적으로 만들 수 있기 때문에 기술자인 것입니다. 여동생의 경우도 수사관들은 각종 자료를 제공하고, 심지어 북한 보위부 간부의 전화번호까지 만들어서 주고 전화번호를 외우는 방법까지 가르쳤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그 진술이 구체적이지 않을 수가 없지요. 

또 법관들은 자기가 간첩이 되는 것인데 허위자백을 하겠느냐고 생각해서 자백이 있으면 인정해버리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나 제가 자백이야기를 만들면서 알게 된 것은 인간이 참 약하다는 것입니다. 

전문가에 의하면 수사관의 신문시간이 1시간을 넘으면 신문을 당하는 피의자가 흔들린다고 합니다. 일단 조사실에 들어가면 누구도 도와줄 사람이 없다는 고립감을 느낍니다. 또 대적 상대는 법적 지식과 권한을 가진 권위 있는 수사관입니다. 이 때 수사관이 의심을 갖고 자꾸 추궁하면 처음에는 부인하는 것이 가능하지만 고립무원상태에서 한두 시간 지나면서 무력감이 든다고 합니다. 수사관의 단호한 태도에서 석방되는 일은 불가능하다고 깨닫게 됩니다. 이 때 수사관이 자백해서 선처를 받던가, 아니면 부인해서 무거운 처벌을 받는 길밖에 없다고 말하면 피의자는 빠져나갈 길이 없다고 느낀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자백의 길을 택한다는 것이죠. 

그래서 영국에서는 모든 신문을 한 번에 2시간 이상 .할 수 없도록 제한하고 있다고 합니다. 1시간이 넘으면 피신문자의 의지력이 약해지니까 2시간은 넘지 말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여동생 유가려씨는 180일간 독방에 갇혀 조사받았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인간이 과연 이런 조건에서 버틸 수 있을까요? 여러분이 이런 상황에 처하게 된다면 어떨 것같습니까? 표창원 교수는 “독립투사 수준의 정신력을 가진 사람이 아니고는 견디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하더군요.

문제는 해마다 들어오는 수천 명의 탈북자들이 이런 상태에서 조사받는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중에 간첩이라고 자백해서 대서특필되는 경우도 여럿 있었고, 간첩이라고 자백한 뒤 자살했다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자살한 사람이 누군지, 어떤 과정에서 자살했는지도 알 수 없습니다. 그냥 "국정원이 자살했다면 그리 알아라" 하는 수준입니다.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아무도 체크할 수 없습니다. 

대한민국은 이런 나라입니다. 이거 괜찮습니까? 바꿔야 합니다. 좀 더 많은 분들이 자백이야기를 보시고 여론을 일으킨다면 바꾸는 것이 가능하지 않을까요? 감사합니다. 


아직 못보신 분들은 시간 되실 때 꼭 한번 보시기를 권합니다.

저는 다큐 매니아인데 이런 형태의 다큐는 저도 처음 볼 정도로 기획이 굉장히 신선했습니다.

특히 이번 다큐를 통해 정말 궁금해진 점은...


대머리 수사관... 아줌마 수사관.....
이들이 누구인지 정말 궁금해졌다는 것입니다.

아뭏든 뉴스타파...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밖에 안듭니다.
벌써부터 후속작을 기대하게 만드는군요.

아직 못 보신 분들은 시간 내셔서 꼭 한번 챙겨 보시기 바랍니다.
특히 부모님들께 꼭 좀 보여드리면 좋겠습니다.

국정원이 이런 곳이라고.....
간첩을 잡는 곳이 아니라 만드는 곳이라고...
국민들 혈세로 뭐 하는지 모르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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