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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저도 아이를 하늘로 떠나보낸 아빠입니다.

세월호 사고로 희생된 아이의 아빠가 쓴 글을 보게 되었습니다.


- 여러분 미안해 하지 마세요(세월호 희생아이 아빠입니다)


이 글을 보고 마음이 아파서 한참을 울었습니다. 저 역시도 과거에 사랑하는 아이를 하늘로 떠나보낸 경험이 있기에 그 아픔이 너무도 피부에 와닿았기 때문입니다.


2003년 4월 15일...


저의 첫째 아이가 세상을 떠난 날입니다. 그래서 매년 4월만 되면 어쩔수 없는 무기력감과 죄책감에 시달리곤 합니다. 올해도 어김없이 참 힘들었습니다.


그립고... 보고 싶고... 만지고 싶고...


어느덧 시간이 많이 흘렀지만 그때의 아픔과 상처는 아직도 제 마음속 깊이 남아 있습니다. 대신 죽어주지 못해 미안한 마음과 살아 숨쉬고 있다는 죄스러운 마음도 여전합니다.


그런데 아이의 기일 바로 다음 날인 4월 16일... 세월호 참사가 터졌습니다. 아이를 잃어버린 부모들의 절규가 쏟아졌습니다. 도무지 남의 일 같지가 않더군요.


특히 울고 싶어도 제대로 펑펑 울지도 못하는 아빠들의 모습을 보면서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저 역시도 아이를 잃었을 당시에 제대로 울지도 못했습니다. 왜냐하면 저는 아이의 아빠이기도 했지만 한 여자의 남편이기도 했으니까요. 충격에 빠져서 무너져내리는 아내를 지켜야 하는 의무가 있었으니까요. 그래서 저는 강한 척, 괜찮은 척, 아무렇지도 않은 척 하며 버텼습니다.


“외로워도 슬퍼도 나는 안 울어, 참고 참고 또 참지 울긴 왜 울어.”


<들장미 소녀 캔디>의 주제가는 많은 아빠들이 살아가는 삶의 방식 같습니다. 외로워도, 슬퍼도, 힘들어도, 괴로워도, 그리워도, 아파도... 참고, 참고, 또 참습니다. 그런데 이는 몸과 마음을 망가뜨리는 커다란 원인이 됩니다. 사람은 자신의 생각과 감정과 행동이 일치할 때 안정감을 느끼기 때문입니다.


영국의 정신과 의사인 헨리 모슬러(Henry Mosler)는 "사람이 슬플 때 울지 않으면 다른 장기가 대신 운다"고 말합니다. 예를 들어 눈 대신 심장이 울면 심장질환이 오고, 머리가 울면 두통이 오고, 허리가 울면 디스크가 오고, 무릎이 울면 관절염이 옵니다.


또한 슬픈 일이 있을 때 억지로 참는 과정이 반복되면 마음속에 우울, 불안, 짜증, 분노가 차곡차곡 쌓이게 됩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한꺼번에 폭발하게 되면 걷잡을 수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러한 감정적 폭발이 외부로 향하게 되면 주변 사람들을 비난하고, 폭언을 퍼붓고, 폭력을 행사하는 등 매우 공격적인 태도를 취하게 됩니다. 반대로 감정의 폭발이 외부가 아닌 자기 자신에게 향하게 되면 스스로를 자책하고, 비하하고, 심하면 자해를 하거나 자살까지 이어지는 상황이 오기도 합니다.


문제는 이러한 상황이 되기까지 본인 자신은 물론이고 가족들도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입니다. 그 이유는 슬퍼도 기쁜 척, 힘들어도 괜찮은 척 거짓 웃음의 가면을 쓰고 살아가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현상을 심리학에서는 '스마일 마스크 증후군(smile mask syndrome)'이라고 합니다.


'스마일 마스크 증후군'이란 얼굴은 웃고 있지만 속마음은 절망감으로 울고 있는 심리상태를 말하며 ‘숨겨진 우울증’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를 예방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눈물을 충분히 흘리는 것입니다.


눈물은 건강과도 밀접한 상관관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아드레날린, 코르티솔, 카테콜아민 같은 스트레스 호르몬들이 눈물을 통해 몸 밖으로 배출될 뿐만 아니라 림프의 순환이 촉진되면서 체내 면역력도 높아집니다. 특히 눈물을 흘리는 동안 암세포를 억제하는 항체인 ‘면역 글로불린 G’가 2배 이상 증가합니다.


눈물의 힘을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가 있습니다. 지난 1997년에 영국의 다이애나 황태자비가 교통사고로 사망했을 때 많은 영국인들은 눈물을 흘리며 그녀를 애도하였습니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그 시기에 우울증 환자가 절반으로 줄어들었다고 합니다. 이렇게 눈물을 통해서 마음의 치유를 느끼는 현상을 '다이애나 효과(Diana Effect)' 라고 합니다.


이렇듯 슬픈 일이 있을 때 충분한 눈물을 흘리는 것은 몸과 마음의 건강을 지키는데 있어 매우 중요합니다. 그런데 이번 세월호 사고는 정부의 무능력하고 무책임한 모습으로 인해 단순한 슬픔의 차원을 넘어 분노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 심각한 문제입니다. 분노가 슬픔이라는 감정을 집어삼키면 눈물을 흘리며 애도해야 할 시간을 자칫 놓쳐버릴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참으로 슬프고 안타까운 시간이 흐르고 있습니다.


저 역시도 아이를 세상에 떠나보낸 슬픔을 겪어본 사람으로서 세월호 참사로 아이를 잃은 아빠들에게, 그리고 이번 일로 슬퍼하고 계시는 모든 분들에게 꼭 당부하고 싶습니다.


억지로 눈물 참지 마시고 그냥 우세요.


충분히 슬퍼하세요.


눈물은 참으라고 있는 것이 아니라 흘리라고 있는 것이랍니다.


주변사람 챙기느라 억지로 미소 지을 필요 없습니다.


"나는 괜찮아!" 라는 거짓말 하실 필요 없습니다.


우세요.


그냥 우세요.


사랑하는 우리의 아이들을 위해서...



p.s

준이야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