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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하나님이 독재를 했다구요?


사이비종교를 연상케했던 '박정희 추모예배'의 한 장면입니다.


이와 관련해 지인께서 저에게 소개해주신 좋은 글이 하나 있어서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독재자를 필요로 하는 한국인들


- 김희수 사람사는 세상 샌디에고 대표


원문 - http://www.sasaseusa.org/xe/index.php?mid=column&document_srl=98396


 선불교에서는 "부처를 만나면 부처를 죽여라"는 얘기를 한다. "나조차도 너를 구원해줄 수 없다. 너를 구원할 수 있는 것은 오로지 네 자신의 수행 뿐 (제사, 사주, 부적, 기도회 이런 건 모두 미신)"이라는 부처의 가르침을 달리 나타낸 것인데, 너무 과장된 것 같아서 개인적으로는 이 표현을 싫어했었다. 하지만, 박정희 추모예배에서 "한국은 독재를 해야 돼. 하나님이 독재하셨어"라고 독재를 찬양하는 목사들의 동영상 (http://www.mongu.net/897)을 보면서, "부처를 만나면 부처를 죽여라"는 말이 드디어 와닿았다.


세상에는 내가 컨트롤할 수 없는 일들이 무수히 존재하는데, 만약 만물을 창조했고 또 만사를 주관하는 신이 존재한다면, 나는 단지 그에게만 잘 보이면 모든 문제들을 한꺼번에 간단히 해결할 수 있게된다. 이것이 바로 인간이 신을 만들어낸 배경이며 ('비신론자'인 내 생각에), 따라서 일부 서양 종교들에서 '선악'의 기준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도덕'과는 거리가 멀다. 다른 신을 섬기는 이교도들에 대한 약탈, 방화, 강간, 학살이 어떤 종교에서는 '선'도 된다. 인간은 이러니 저러니 생각하지 말고 그저 신에 복종만 하면 되는 것이다.


한편 동양에서는 군사부일체 (君師父一體)라는 사상이 생겨났다. 인문학적으로 보자면 더없이 억압적이고 어리석은 관념이지만, 머리와 인간된 자존심만 내려놓으면 편하기도 하다. 내 스스로 선택해야 하는 일이 없기에, 나는 괴롭게 고민할 필요도 없고 스스로 책임질 것도 없다. 질문도 반대도 할 필요 없이, 매사 그저 '윗사람'에 복종만 하면 된다. 왕의 목을 쳐본 적이 없는 한국에 기독교가 들어오지 않았다면, 어쩌면 지도자가 여전히 서양의 신과 같은 지위를 누리려는지도 모르겠다.


서양에선 그래도 "신 앞에서 모든 인간은 평등하다"는 사상이 있었지만, 동양은 그렇지 못 했다. 학교를 가든 집에를 가든, 심지어 동료나 친구들 사이에서도 모든 인간관계는 오직 '수직적'으로만 결정된다. 단 1년 먼저 태어났다는 우연이 유교문화에선 "인격적으로 우월할 뿐 아니라 모든 판단에 있어 더 현명하다"는 '보증'처럼 되어버린다. 달나라쯤은 우습게 왕복하는 이 시대에도, 심지어 '인간평등'을 외치는 '진보'주의자들 사이에서도, 나이는 여전히 '권력'으로 작동한다.


한국에서 독재자가 숭배의 대상이 되는 것은, 따라서,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니다.


김일성의 탓도, 박정희의 탓도 아니다. 스스로 고민하여 결정하고 책임도 홀로 지는 대신, 누군가 대신 결정해주고 대신 책임져주기를 바라는 심리가 국민들에게 있기 때문이다. 혹 일이 잘 안 되더라도 남의 탓하면서 책임을 모면하고픈 비겁함을 갖고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심리가 경제적 효율성과 맞아떨어진 경험을 갖게된 국민들에게 이제 박정희 숭배는 북한의 김일성 숭배보다도 더 강력하고 '정당한' 신앙이 되어버렸다. (그 놈의 경제발전의 진실은 "백년전쟁" 박정희 편을 보시길: http://www.youtube.com/watch?v=z-up2VNU8eo)


권위에 도전하면 "이 놈~ 감히 어느 안전이라고?!!!" 호통치며 당장 주리를 틀던 독재에 평생 길들여진 국민들에게, 스스로 모든 권위를 내려놓은 노무현은 우스워보일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어려서부터 늘 맞고살아 자존감이 바닥인 사람에게 갑자기 누가 인격적으로 대접해주니 "아니, 이 놈은 뭐가 모자라길래 나를 이렇게 인격적으로 대접해주는 거지?"라며 의아해하다가, 나중에는 평생 맞고산 그 모든 '한 (恨)'을 만만한 노무현, 바보 노무현에게 화풀이 했던 것이다. 그는 이미 세상을 떠났지만 국민들은 노무현만큼 만만한 화풀이 대상을 아직 찾지 못 했고, 이 점을 쉽게 포기하기엔 새누리는 너무 영악하다.


나도 한 때는 정보의 차단 때문에 국민들이 바른 선택을 '못' 한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온 국민이 스마트폰에 중독되어있고 트위터에만 들어가면 모든 정보가 널렸건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국민들이 이명박과 박근혜를 뽑았다. 그들이 어떤 사람들인지 몰라서 뽑은 게 아니라, "선량한 옆집 아들 간첩으로 몰아 고문하고 죽이는 독재를 해서라도 내 재산은 어떻게든 좀더 불려달라 - 배 아프니 북한은 말고 나만!!!"이라는 국민들의 이기심일 뿐이다. 다양한 의견에 귀기울여야 하고, 고민해봐야 하고, 또 '합의'라는 길고 어려운 과정을 거쳐야만 하는 '시끄러운 민주주의'가 그저 귀찮고 싫을 뿐이다. 그러나 이걸 인정할만큼 솔직하지도 못 하기 때문에 구구절절 자세한 정치사안들에 대해서는 아예 관심을 안 가짐으로써, 나중에 자신에게 돌아올 '사회구성원으로서의 윤리적 책임'에 대해 "난 몰랐거든"이라고 변명할 여지를 남겨두는 계산을 직관적으로 하고있을 뿐이다.


그리고 바로 이것이, 부정선거가 명백한 사실로 드러났음에도 여전히 대다수 국민들이 '눈 가리고 아웅'만 하고있는 이유다. 인혁당 피해자들에게 국정원이 오히려 "보상금 토해놓아라"는 고소를 해도 나라가 잠잠한 이유다. 그게 아니라면, 약자가 온갖 거짓말로 인격모독을 당할 때 종교인들이 가장 가슴 아파해야 하고, 망자에게까지 계속되는 이런 국가적 폭력에 대해 종교인들이 가장 강력히 항의해야 마땅하다. 


그런데 현실은 정반대이다. 오히려 종교인들이 국가적 폭력을 옹호하고 미화한다. 독재자를 숭배하는 한국인들 역시 무지하지 않다. 어떤 편법을 써서든 자신의 수익을 최대화하는 새누리의 그 '능력'을 진심으로 선망하기 때문에, 속고 속고 또 속아도 매번 새누리를 찍는 것이다. 부처 눈에는 부처만 보인다고, 다른 모든 국민들도 자신과 똑같이 비윤리적이고 이기적일 거라 생각하는 절반의 국민에게는 "모두가 잘 사는 공정하고 인간적인 사회"보다는 "약육강식과 온갖 편법을 보장하는 사회에서 틈새를 찾아 나 혼자 일확천금"을 꿈꾸는 것이 훨씬 더 현실적으로 느껴지기 때문이다. 궁극적으로는 나에게 9가 되돌아온다 해도 당장 1만큼의 세금을 더 내게될까봐 그게 두려운 거다. "입은 옷까지 모두 벗어 가난한 이들에게 나눠주어야" 하는 기독교인들조차.


예전에 마광수 교수가 그랬었다. "태몽을 꾸는 민족은 한국인 뿐인데, 한국인들의 그런 신끼가 북한에서는 김일성 숭배로, 남한에서는 개신교로 나타났다"고. 마교수는 틀렸다. 한국인들의 신끼/종교성은 북한에서는 김일성 신앙이, 남한에서는 박정희 신앙이 되었다.


근본적인 해결책은 하나 뿐이다. 국민들 각자가 인간으로서의 윤리성과 주체성을 회복하는 것. 어쩌면 여기에 한민족의 장래가 달려있는지도 모른다.



참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좋은 글입니다. 


'하나님도 독재를 했으니 한국도 독재를 해야한다'는 망발을 내뱉은 김영진 목사에게 한마디 해주고 싶군요.


하느님은 독재를 한 것이 아니라 사랑을 한 것이라고...


박정희는 사랑을 한 것이 아니라 독재를 한 것이라고...


사랑이 없는 박정희는 울리는 징과 같노라고...


안식일이 사람을 위해 있는 것이지 박정희를 위해 있는 것이 아니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