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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뉴스타파가 또 하나의 특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화교남매간첩사건>을 잘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서 지난 7월 14일에 뉴스타파 앵커 최승호 PD가 Daum 아고라에 직접 남긴 글을 소개합니다.

 

원문 - http://bbs1.agora.media.daum.net/gaia/do/agora/participant/read?bbsId=C001&articleId=124387&issueBbsId=I001&issueArticleId=334&RIGHT_DEBATE=R3

 

국정원의 민낯 - 화교남매간첩사건

 

국정원의 국내정치개입에 대한 비판 목소리가 높은데요. 국정원이 그들의 본업이라할 수 있는 간첩수사에서도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짓을 저지르고 있는 것이 드러났습니다. 이 사건을 보시면 국정원이 어떤 조직이고, 무슨 일까지 저지를 수 있는지 똑똑히 실감하실 수 있습니다. 아고라 뉴스타파에 올라와 있는 동영상을 보신 뒤 제 글을 읽어주시기 부탁드립니다.

 


화교남매간첩사건의 주인공 유가려씨는 27살 아가씨입니다. 북한에서 나고 자랐습니다. 두만강변의 회령에서 살았는데 남한의 드라마, 노래를 보고 들으며 자랐답니다. 화교였지만 중국말보다는 한국말에 익숙했고 한국 문화가 좋았습니다. 박시후씨가 좋았고 조인성씨의 광팬이었습니다.

 

어머니가 남한으로 탈북한 오빠와 통화하다가 북한 보위부가 적발하는 과정에서 심장마비로 돌아가셨습니다. 그 뒤로는 오빠 곁에 가서 사는 것이 유일한 꿈이었습니다. 어머니 돌아가시고 4년 만에 가려씨와 아버지는 회령을 떠나 중국 연길로 이주했습니다. 할머니 할아버지 유골을 화장해 두만강에 뿌리고, 어머니 유골은 가슴에 안고 중국 땅에 옮겨 묻었습니다.

 

1년 뒤 가려씨는 오랜 꿈을 이루려고 한국에 들어왔습니다. 화교 신분을 감추고 탈북자로 신고한 것입니다. 가려씨의 오빠 유우성씨는 서울시 계약직 공무원이 되어 있는 성공한 탈북자였습니다. 오빠가 이미 탈북자로 들어왔으니 가려씨도 한국에서 살려면 다른 방법이 없었을 것입니다.

 

국정원은 기다리고 있었다는듯 그녀를 첫날부터 독방에 수용한 채 강도높은 추궁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일주일만에 화교라는 사실을 고백했습니다. 만약 국정원이 거기서 그녀를 추방했다면 문제가 없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국정원은 그녀를 독방에 가둔 채 "오빠가 간첩이 아니냐"고 추궁하기 시작했습니다.

 

180일간의 독방수용과 구타, 회유, 기망은 그녀가 견딜 수 없는 것이었습니다. 그녀는 오빠 뿐 아니라 자신과 아버지가 모두 보위부 공작원이라고 자백했습니다. 그녀는 자신이 간첩자백을 하면 국정원에서 오빠와 한국에서 살 수 있게 모든 것을 돌봐줄 거라고 믿었습니다.

 

화교남매간첩사건은 이렇게 만들어졌습니다. 이 사건의 증거는 180일간 독방에 수용된 채 나온 여동생의 진술 뿐입니다. 그러니 국정원은 여동생을 꼭 붙들고 있어야 했습니다. 단 한 순간이라도 놓아주면 진술을 바꿀까 공포스러웠겠지요.

 

그래서인지 여동생은 보위부 공작원이라고 자백했는데도 정식 수사를 받지 않았습니다. 국정원 수사관들은 그녀를 수사하지 않고, 계속 '조사'했습니다. 수사를 개시했다면 검찰 수사기간 포함해서 구속기간을 30일 초과할 수 없었지만 조사한다는 핑계를 대고 180일을 가뒀습니다. 수사를 한다면 변호인과의 접촉을 허용했어야 할 텐데 참고인 조사를 한다면서 변호인과 만날 수 없게 했습니다. 국정원은 유가려씨를 가둬둔 뒤 180일의 보호기간이 끝나자마자 바로 추방해버리려 했던 것같습니다. 만약 그랬다면 유가려씨는 오빠, 오빠의 변호인들과 만나지 못한 채 쫓겨났겠지요.

 

실제로 국정원과 검찰은 여동생의 진술을 증거로 보존하기 위해 3월 4일 증거보전재판을 신청했습니다. 판사 앞에서도 유가려씨는 오빠가 간첩이라고 진술했습니다. 그러나 이 날 오빠가 생각보다 훨신 더 강하게 간첩임을 부인하고 있고, 구속된 채 수사받고 있는 것을 처음 알았습니다. 그 전까지 국정원 수사관들은 오빠도 간첩혐의를 자백했다고 알려주기도 했고, 집에서 출퇴근 수사를 받고 있다고 말했던 것입니다.

 

가려씨는 수사관들에게 "도대체 오빠가 왜 저러냐"고 물었다고 합니다. 혐의를 인정하면 국정원에서 다 잘 살게 해준다는데 왜 저러냐는 거지요. 그러나 결국 이 날 오빠와의 대질에서 가려씨는 진실의 일단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북한에 밀입북했다는 그 날 가족이 함께 찍은 사진을 보여주는 오빠에게 뭐라고 할 수 있겠습니까?

 

유가려씨는 그로부터 50일 뒤인 179일 만에 국정원의 손아귀에서 풀려났습니다. 변호인들이 신청한 인신구제재판 끝에 '변호인들에게 하루 따라 갈 것'을 결정한 것입니다. 그리고 그날 자신이 속아서 오빠를 간첩으로 만든 것을 알게 됐습니다.

 

유가려씨는 뉴스타파의 방송에 얼굴을 그대로 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제가 두 차례 모자이크 여부를 물었을 때 가려씨는 원치 않는다고 말햇습니다. 가려씨의 그 결단은 오빠를 위한 것입니다. 가려씨는 온 몸으로 국정원을 고발하고 대한민국의 사법시스템이 오빠를 풀어줄 것을 요청하고 있습니다.

 

나는 이들 남매에게 대한민국이 큰 빚을 졌다고 생각합니다. 

 

뉴스타파는 국정원에게 눈엣가시같은 존재로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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