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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진상규명

솔레노이드 밸브 고착이 세월호 침몰 원인일까?

1.

세월호가 직립 된 다음 날인 5월 11일, 뉴스타파는 "솔레노이드 밸브 고착"이 세월호 침몰 원인이라는 보도를 했다. 이에 대한 나의 의견을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많아서 정리해봤다.

 

관련 기사 - 그날, 세월호가 쓰러진 이유… ‘솔레노이드 밸브 고착’ (클릭)

 

먼저 긴 시간 동안 뜨겁게 세월호의 진실을 추적해온 뉴스타파에 경의를 표한다. 특히 이 기사를 쓴 김성수 기자의 열정과 노고에 진심으로 존경의 마음을 띄워 보낸다.

 

나의 과거 글들을 보면 알 수 있지만, 지난 18대 대선 국정원 트위터 조작 사건을 파헤칠 때부터 뉴스타파와 나는 "동지"였다. 그리고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다. 내 마음속 넘버원 언론사는 뉴스타파다.

 

지금은 비록 세월호 침몰 원인을 바라보는 관점이 다르지만, 여전히 서로의 의견을 존중하며 귀 기울이고 있다. 오늘 내가 제시하는 의견이 진상 규명을 위한 작은 보탬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2.

이번 보도는 세월호가 직립한 직후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터져 나왔다. 직립이 완료되자마자 선체조사위원회 김창준 위원장은 "충돌 흔적이 없다"고 단정하듯 인터뷰했고, 대부분 언론은 이를 앵무새처럼 받아썼다.

 

직립을 위해 설치한 좌현 철제빔도 아직 치우지 않았고, 정밀 조사는 시작도 못 했다. 게다가 철제빔 사이로 보이는 세월호 좌현은 여기저기 찢기고 구멍이 나 있는 등 육안으로 봐도 훼손이 심각했다. 이 상태에서 마치 조사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듯한 김창준 선조위원장의 인터뷰는 바람직하지 못했다.

 

이런 흐름 속에서 뉴스타파는 "솔레노이드 밸브 고착"을 아예 침몰 원인의 결론으로 내려버리는 보도를 했다.

 

성급했다. 너무 성급했다.

 

이런 단정적 보도는 잘못된 여론을 형성하기 쉽고, 합리적인 토론을 가로막으며, 결국 선조위 조사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침몰 원인의 결론을 내리는 건 철저한 조사가 이뤄진 후에 해도 늦지 않다.

 

3.

<뉴스타파 기사 中>

"조타장치의 일부인 유압 솔레노이드 밸브 내부에서 중대한 이상이 발견됐다. 두 개의 조타펌프 중 한쪽에 붙어 있는 솔레노이드 코일 중앙의 철심이 정상이라면 양쪽의 돌출부 길이가 모두 9mm로 같아야 했지만 실측 결과 각각 6mm와 12mm로 나타났다.

 

즉, 철심이 한쪽으로 밀린 채 굳어 있었던 것이다. 현장에서 이 사실을 확인한 가와사키중공업 관계자는 “유압회로 상으로는, 만약 사고 당시 철심 위치가 이 상태였다면 조타 불능이 됐든지 방향타가 우현 극전타가 되는 것이 확실하다”고 말했다."

 

 

 

 

 

우선 기본적인 사실관계에 대해 보다 명확한 확인이 필요하다.

 

중앙 철심이 중앙으로부터 밀린 길이는 "3mm"다. "3mm"가 밀린 것만으로 단시간에 타가 극전타에 이를 정도로 유압이 전달될 수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이를 위해 정상적인 상황에서 타를 오른쪽으로 꺾었을 때 중앙 철심이 얼마나 밀리는지 비교해봐야 한다. 만약 극전타가 발생한다면 몇 초 만에 극전타가 될 수 있는지도 살펴봐야 한다. 세월호와 동일한 솔레노이드 밸브를 장착한 배로 실제 실험해보면 좋겠다.

 

4.

뉴스타파는 "중앙 철심이 한쪽으로 밀린 채 굳어 있었다"고만 표현했고, 이 철심의 방향이 정확히 어느 쪽인지 명시하지 않았다. 즉, 고착된 방향에 따라서 "우현 극전타"가 아니라 "좌현 극전타"가 될 수도 있는 부분이라서 정확히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또한, 가와사키중공업 관계자는 극전타 뿐만 아니라 "조타 불능"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즉, 타가 먹지 않는 상태가 될 수는 있지만 무조건 극전타가 되는 건 아니라는 걸 의미한다.

 

5.

유압 솔레노이드 밸브의 정확한 위치와 설치 방향도 체크해야 한다.

 

 

 

세월호는 물속에 가라앉은 후 4년 동안 왼쪽으로 쓰러져 있었다. 즉, 3mm 밀린 철심이 혹시 중력의 영향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은 아니었는지 따져봐야 한다.

 

물론 "만약 중력의 영향을 받았다면 정상으로 나온 철심도 똑같이 밀려있어야 한다"는 반론도 나올 수 있다. 하지만 그건 양쪽 솔레노이드 밸브의 보존 상태, 사고 당일 사용 여부와 설정 상태, 침몰 당시 충격의 영향 등으로 인해 달라질 수 있다는 점도 고려돼야 한다.

 

6.

<뉴스타파 기사 中>

"세월호는 사고 전날 인천항을 출발할 때부터 두 개의 펌프를 계속 함께 쓰면서 운항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세월호 선조위 조사관들이 수감 중인 이준석 선장과 강원식 1항사, 김영호 2항사, 박한결 3항사를 모두 만나 조사한 결과, 사고 전날 인천항에서 출항할 때 조타펌프를 2개 모두 켠 이후 운항 중 누구도 한쪽 펌프를 끈 적이 없다고 진술했기 때문이다."

 

 

뉴스타파는 한쪽 펌프를 끄지 않았다는 선원들의 진술을 토대로 양쪽 펌프를 함께 썼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는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세월호를 포함한 대부분 선박은 유압 솔레노이드 밸브로 제어되는 조타펌프 시스템이 "2개"다. 2개인 이유는 항해할 때 그만큼 중요한 부품이라서 하나가 갑자기 고장 났을 때를 대비하기 위함이다.

 

항해 중 조타펌프를 1개만 쓸 수도 있고, 2개를 동시에 쓸 수도 있다. 그런데 이는 배마다 설계 방식에 따라 차이가 있다. 2개를 동시에 쓸 수 있도록 설계된 배도 있지만, 무조건 1개씩 교대로 쓰도록 설계된 배도 있다.

 

이 부분은 선조위 차원에서 정확히 조사할 수 있는 부분이다. 만약 조타펌프를 무조건 1개씩 교대로 쓰도록 설계됐다면, 2개를 동시에 썼다는 뉴스타파의 주장은 사실이 아닌 셈이다.

 

그런데 설령 1개만 쓰더라도 나머지 펌프는 완전히 꺼두는 게 아니라 언제든 곧바로 쓸 수 있도록 스탠바이 상태로 유지한다. 자동차 시동을 건 채로 기어를 중립에 두는 것과 같다.

 

실제로 항해 중 조타펌프에 이상이 생기면 큰 소리로 알람이 울린다. (참고로 세월호 선원 중 이 알람 소리를 들었다는 사람은 없다)

 

설령 알람이 울리지 않더라도 항해사는 배에 이상이 있음을 직감적으로 느낄 수 있다. 그러면 이상이 생긴 조타펌프 사용을 중지하고, 스탠바이 상태이던 반대편 조타펌프를 곧바로 사용하게 된다.

 

즉, 선원들이 조타펌프 2개를 켰다고 해서 조타펌프 2개를 항해 중 동시에 사용했다고 단정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뉴스타파 보도에서도 나오듯이 "입항과 출항같이 방향을 자주 바꿔야 하는 상황에서 두 펌프를 함께 사용하고, 먼바다로 나가서는 한쪽 펌프만 쓰는 게 일반적이다." 세월호는 먼 바다를 운항하던 중이었기에 한쪽 펌프만 쓰고, 다른 쪽은 스탠바이 상태를 유지했을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이 사실을 제대로 확인하려면 세월호가 평소에 조타펌프를 어떻게 운영했는지, 조타펌프가 어떤 식으로 설계됐는지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이준석, 강원식, 김영호, 박한결 외에도 조타실 근무 선원들은 더 있다. 또한, 사고 당시 조타실에 있었던 기관장 박기호를 포함한 기관부 선원들에 대한 추가 조사도 이뤄져야 한다.

 

7.

그렇다면 조타펌프를 1개를 썼는지, 아니면 2개를 썼는지가 중요한 이유는 뭘까?

 

세월호는 인천에서 제주로 가는 중 사고가 났다. 그런데 이번에 고착이 확인된 조타펌프는 "제주에서 인천으로 갈 때 사용하던 펌프"이기 때문이다.

 

"세월호에는 솔레노이드 밸브가 2개 있다. 솔레노이드 밸브 2개는 각각 ‘제주행’ ‘인천행’에 사용하는 것으로 구분돼 있었다. 현재 고장이 확인된 솔레노이드 밸브는 ‘인천행’이다."

- 2018년 4월 23일 한겨레21 보도 中

 

평소에 항상 조타펌프를 2개 동시에 썼다면 굳이 '제주행', '인천행'으로 나눌 필요도 없었을 것이다.

 

조타펌프를 1개만 썼다면 솔레노이드 밸브 고착설은 세월호 침몰 원인과 무관할 가능성이 크다. 뉴스타파는 조타펌프를 2개 썼다고 단정했고, 전문가의 의견을 통해 한쪽 펌프만 고착돼도 극전타가 발생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뉴스타파 보도에 반론을 펴는 사람 중에는 "조타펌프를 2개 동시에 썼다면, 한쪽 펌프는 정상적으로 가동하고 있었기 때문에 타가 한쪽으로 크게 쏠릴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의견을 내고 있다. 고장난 펌프보다 정상 작동하는 펌프의 힘이 더 강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어떤 말이 맞을까?

 

이건 사실 생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세월호와 동일한 조타펌프 시스템을 갖춘 배로 직접 실험해봐야 한다. 한쪽 펌프를 일부러 고착시킨 후 타가 얼마나 돌아가는지 직접 테스트해보면 된다.

 

이런 실제적인 실험도 거치지 않은 채 전문가 몇 명의 의견만으로 결과를 단정해버리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8.

뉴스타파는 사고 당시 조타기를 잡고 있던 조타수 조준기가 "140도에서 145도로 변침하던 순간 타가 먹지 않았다"는 발언을 토대로 이때가 솔레노이드 밸브 고착이 이뤄진 순간이라고 봤다.

 

 

그런데 조타수 조준기는 타가 먹지 않은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다.

 

"좌현 날개(Stabilizer : 스태빌라이저) 부분에 충격을 받은 느낌이 있었다."

 

 

이는 최근 선조위가 지난 4월 13일 "세월호 좌현 스태빌라이저에 외력 흔적이 발견됐다"는 공식 발표와 흐름을 같이하는 내용이다.

 

관련 기사 - 세월호 선체조사위 "배에서 외력 흔적 발견.. 잠수함 충돌 가능성" (클릭)

 

선조위 차원에서 외력 가능성을 공식 인정하고 정밀 조사에 착수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솔레노이드 밸브 고착이 침몰 원인의 결론으로 단정해버린 뉴스타파 보도는 나가도 너무 나간 것이다.

 

9.

뉴스타파는 "솔레노이드 밸브 고장에 따른 급변침 사고 사례가 적지 않게 보고되고 있다"고 밝혔다.

 

<뉴스타파 보도 中>

"세월호 참사 넉 달 뒤인 2014년 8월, 미시시피강을 운항하던 벌크선 플래그 갱고스호가 우현 2도에서 15도로 변침을 시도하던 중 회전 속도를 줄이기 위해 조타수가 핸들을 왼쪽으로 꺾었지만 방향타가 움직이지 않아 계속 오른쪽으로 선회해 결국 다른 유조선과 충돌한 사고가 기록돼 있었다. 조사결과, 솔레노이드 밸브 고착이 사고 원인이었다."

 

 

 

그런데 위 사고 사례의 경우 솔레노이드 밸브 이상으로 인해 "핸들을 왼쪽으로 틀었을 때 방향타는 반응하지 않았다"는 게 핵심이다. 즉, "조타 불능" 상태에 빠진 것이지 타가 37도까지 돌아가는 극전타 현상이 나타났다는 얘기는 없다. 조타 불능 상태가 되어 다른 유조선과 충돌하는 사고가 난 것이다.

 

플래그 갱고스호 사고 보고서 원문을 입수하여 모두 살펴봐도 37도 극전타 현상이 나타났다는 얘기는 없다.

 

세월호처럼 과학적으로 설명하기 힘든 급격한 항적을 그리면서 쓰러진 경우와는 거리가 있다.

 

플래그 갱고스호 사고 보고서 원문 : MAB1525.pdf

 

일본 해양심판원의 재결서에 나오는 4개의 사고를 제시한 내용도 살펴보면 이렇다.

 

▲ 1989년 4월 9일 사고는 "조타장치 펌프 솔레노이드 밸브 파손"이라고 나오지만, 극전타가 발생했다는 얘기는 없다.

 

 

▲ 1999년 12월 9일 사고는 "전동유압 조타장치 고장으로 조타 불능"으로 나오고, 역시 극전타가 발생했다는 얘기는 없다.

 

 

2004년 5월 19일 사고는 "조타장치 정비 불충분으로 장치가 오작동을 일으켜 좌현 전타"라고 나온다. 이 사고에는 "전타"라는 표현이 나온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선박의 전타는 37도가 아닌 "35도"를 가리킨다. 그런 맥락에서 보면 뉴스타파가 주장하는 37도 극전타가 발생했다는 얘기는 없다.

 

 

2009년 3월 25일 사고는 "운항 중 1번 솔레노이드 밸브에 이물질 유입으로 추정되는 오작동이 발생해 방향타가 왼쪽으로 돌며 선체가 좌회두"라고 나온다. 역시 극전타가 발생했다는 얘기는 없다.

 

종합해보면, 뉴스타파가 제시한 총 5개의 사고는 "조타 불능" 사례는 될 수 있지만, 타가 37도까지 확 돌아가는 "극전타" 사례라고 보기는 힘들다.

 

또한, 제시한 사례들이 의미가 있으려면 사고 선박이 몇 톤 크기인지, 정확히 어떤 원인으로 솔레노이드 밸브가 고장 났는지, 타가 몇 도까지 몇 초 만에 돌아갔는지, 세월호처럼 급격한 항적을 그렸는지 등에 대해 추가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

 

나도 한때 솔레노이드 밸브 고착으로 인한 사고 사례를 직접 찾아본 적이 있지만, 세월호 같은 대형 선박이 단순히 솔레노이드 밸브 이상으로 급격한 항적을 그린 후 쓰러져버린 사례는 못 찾았다. 그것도 사람이 날아갈 정도의 충격을 동반하면서 말이다.

 

10.

<뉴스타파 보도 中>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의 대다수 조사관들은 솔레노이드 밸브 고착이 세월호 사고의 핵심 원인인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그러나 권영빈 상임위원을 포함해 외력 가능성에 더 주목하는 일부 조사관 그룹에서는 이에 대해 몇 가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진실은 다수결로 결정할 수 없다.

 

나는 작년 9월 선조위의 정식 초청으로 세월호가 거치된 목포 신항에서 침몰원인 조사관 30여 명과 직접 만나 다양한 의견을 주고받았다. 그리고 지금도 선조위가 현재 어떤 분위기인지는 여러 경로를 통해 잘 알고 있다.

 

선조위 내에서 "외력"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는 위원들의 수는 절대 적지 않다. "일부"로 치부할 수준이 절대 아니다. 문제는 침몰 원인 조사에 절대적인 권한을 가진 소위 "윗선"들이 외력설 자체를 회의적으로만 보는 경향이 뚜렷하다는 것이다.

 

이 중에는 새누리당 추천 위원도 있고, 박근혜 정부가 밝힌 세월호 침몰원인을 뒷받침했던 각종 보고서를 만든 이도 있고, 자유항주실험 보고서 은폐에 앞장섰던 이도 있다. 아랫선은 외력 가능성도 철저히 조사하려는 의욕이 넘치지만, 윗선은 외력이라는 단어 자체에 알레르기를 느끼는 듯하다.

 

지금의 선조위가 매우 정치적인 집단으로 비치는 것은 비단 나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그나마 세월호 유가족들께서 중심을 잘 잡고 계셔서 그나마 이 정도까지라도 올 수 있었던 거다.

 

앞으로 갈 길이 먼데 걱정이다.

 

11.

솔레노이드 밸브 고착으로 극전타가 발생하여 타가 37도까지 돌아갔다고 치자. 그렇다면 사고 이후 약 1시간 27분이 지난 오전 10시 16분에 물 위로 드러난 방향타가 "좌현 8도"로 되어있는 것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이에 대해 뉴스타파는 20년 이상 된 양쪽 조타펌프의 출력 차이로 유압 불균형 상태가 발생했고, 이 상태에서는 방향타가 외부의 힘을 받아 서서히 움직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뉴스타파 보도 中>

"실제로 당시 세월호는 빠른 속도로 우회전하며 나아가고 있었기 때문에 방향타에는 해수의 반발력이 작용하고 있었다. 또 선체가 45도 이상 기울어진 상태였기 때문에 방향타의 자체 중량도 작용하고 있던 상태였다. 이런 힘에 의해서 방향타가 왼쪽으로 조금씩 움직였고, 오전 10시 16분쯤엔 좌현 8도까지 돌아간 것으로 분석된다."

 

 

여기서 드는 의문은, 세월호 방향타가 외부의 힘으로 저렇게 쉽게 움직인다면 극전타 37도가 어떻게 만들어질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솔레노이드 밸브 고착으로 인한 극전타로 세월호가 급변침했다면, 급변침 최초 시점부터 이미 유압 불균형은 존재했을 테고, 그 순간은 속도가 가장 빨라서 타에 가해지는 압력이 컸을 텐데 극전타가 가능했을까?

 

극전타가 됐다고 치더라도 겨우 1시간 27분 만에 우현 37도에서 좌현 8도까지 내려올 수 있을까?

 

조타불능이 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극전타는 힘들지 않았을까?

 

<뉴스타파 보도 中>

"2015년 1월 수중 소나영상에서는 세월호 방향타의 각도가 좌현 30도까지 돌아가 있었는데, 이때는 장기간의 방치로 회로 내부의 유압이 거의 모두 풀린 탓에 조류의 영향과 자체 중량만으로 방향타가 더 쉽게 아래로 처질 수 있었던 환경이었다."

 

 

사고 이후 8개월이나 지난 시점이고, 조류의 영향도 받았을 테니 타가 아래로 더 내려왔다고 볼 수도 있지만, 극전타에 해당하는 37도가 아니라 30도까지만 내려왔다.

 

유압이 아직 덜 풀린 걸까?

 

그런데 정확히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다.

 

뉴스타파는 2017년 3월 30일 보도에서 "2015년 1월 수중 소나영상 분석 결과 방향타의 방향은 거의 중립 상태이고, 이는 사고 직후 수면 위로 드러난 타의 방향과 일치한다"고 보도했다.

 

좌현 30도로 가있다던 최근의 보도와 정면 배치된다.

 

관련 기사 - [특별기획] 세월호 선체가 말해주는 것들 (클릭)

 

또한, "7개월 뒤인 2015년 8월 수중 소나영상 분석 결과도 1월과 마찬가지로 거의 중립 상태로 변화가 없다"고 보도했다.

 

 

만약 2015년 1월에 세월호 방향타가 좌현 30도였다면, 7개월 동안 방향타의 방향이 중력을 거슬러 위로 올라온 셈이다. 아무리 조류의 영향을 고려하더라도 이해하기 힘들다.

 

2015년 1월 수중 소나영상을 다시 검토하여 정확한 타의 방향을 다시 살펴봐야 한다.

 

12.

 

세월호가 인양됐을 때 방향타는 위 사진처럼 "우현 23도"로 꺾여있었다.

 

뉴스타파 주장대로 방향타가 외부의 힘으로 쉽게 움직일 수 있다면, 인양 후 세월호 방향타는 왜 중력 방향으로 내려오지 않고 계속 저 상태로 유지되는 걸까?

 

 

세월호 방향타가 우현 23도로 꺾여있는 이유는 인양 과정에서 와이어에 의해 들어 올려진 것으로 추정된다.

 

그런데 궁금한 건, 방향타가 와이어에 의해 들어 올려질 때 조타펌프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하는 점이다. 만약 그 시점에 조타펌프 유압이 미세하게나마 남아있었다면, 방향타가 확 꺾이는 순간 철심이 3mm 밀리게 될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인양 후 방향타가 아래로 내려오지 않는 걸 보면 실제로 유압이 남아있었을 가능성도 있지 않은가 조심스럽게 추측해본다.

 

여담이지만, 공중파에서 세월호 인양 생중계를 하던 소위 "전문가"라는 분이 방향타가 오른쪽으로 꺾여있는 것을 보고는 "조타 실수의 확실한 증거"라고 말했고, 이를 수많은 언론이 앵무새처럼 받아썼다.

 

나는 사고 직후 수면 위로 드러난 타의 방향이 왼쪽으로 되어 있었다는 것은 "타를 왼쪽으로 돌렸지만 배는 오른쪽으로 꺾였다는 뜻"이며, 이는 사고 원인이 "외력"임을 뜻한다고 "세월X"를 통해 밝혔었다.

 

 

우리나라에 "전문가"가 부족해서 세월호 진상규명을 못 하고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들의 오만과 편견, 그리고 침묵으로 인해 세월호 진상규명은 계속 헛돌고 있다.

 

13.

뉴스타파는 타가 우현 극전타 후 서서히 내려왔다는 걸 뒷받침하는 내용으로 세월호 이준석 선장의 진술을 예로 들었다.

 

이준석 선장은 배가 쓰러진 지 약 3분 후 조타실로 드러서며 타각지시기(Rudder angle indicator)를 봤는데 이때 타각 지시기가 "우현 15도" 정도를 가리키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런데 이준석 선장은 분명 이런 단서를 달았다.

 

"제가 다른 것을 보았는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즉, 정확한 기억이 아닐 가능성도 있다는 뜻이다. 배가 갑자기 45도 넘게 기운 상태에서 팬티 바람으로 뛰어왔을 정도로 경황이 없었을 테니 착각했을 가능성도 충분하다.

 

그런데 사고 당시 타각지시기를 본 사람이 한 명 더 있다. 바로 세월호 사고 당시 조타기를 잡고 있던 조타수 조준기다.

 

 

2014년 4월 18일 조타수 조준기 피의자 신문조서(제2회)를 보면 다음과 같은 진술이 나온다.

 

 

여기서 말하는 목격자는 바로 이준석 선장이다.

 

조준기는 침몰 당시 조타기를 좌현으로 변침했고, 이준석 선장이 조타실에서 타각지시기가 우현 15도로 돌아간 걸 본 것은 잘못 봤다고 진술했다.

 

 

조준기는 좌현 5도 변침 당시 타각지시기가 "좌현 5도"로 작동하는 것을 확인했고, 조타기 작동에 이상이 없었다고 진술했다.

 

이런 취지의 진술은 삼등항해사 박한결과의 대질신문에서도 발견된다.

 

 

삼등항해사 박한결 피의자 신문조서(제5회, 대질)에 조준기와 대질하는 과정에서 다음과 같은 진술이 나온다.

 

 

조준기는 "타각지시기는 좌현으로 흘러가고 있었고, 그 이후 침이 점점 좌현으로 넘어가는 속도가 빨라졌다"고 진술했다.

 

솔레노이드 밸브 고착이 침몰 원인이라면 조준기는 조타실수를 하지 않았다는 뜻이 된다. 즉, 조준기는 배가 오른쪽으로 꺾이자 본능적으로 타를 반대 방향인 왼쪽으로 꺾었고, 타각지시기는 좌현을 가리키고 있었다는 뜻이다.

 

 

"타각지시기를 본 사람은 이준석 선장밖에 없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물론 이준석과 조준기 중 누구의 말이 사실인지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

 

이를 위해 반드시 참고해야 할 것은 인양된 세월호의 타각지시기가 현재 몇 도로 되어있는지다.

 

 

위 사진이 세월호 조타실에 설치된 타각 지시기다.

 

인양된 세월호의 타각지시기는 다음과 같다.

 

 

 

출처 : 이화여대 나노화학부 김관묵 교수의 블로그 http://actachiral.blog.me/221011595918

 

인양된 세월호의 타각지시기는 대략 "좌현 10도"를 가리키고 있다. 이는 배가 급격히 오른쪽으로 꺾이자 이를 막기 위해 타를 왼쪽으로 꺾었다는 조준기의 진술을 뒷받침하는 증거이다.

 

물론 어느 시점까지 타각지시기에 전원이 공급되어 정상 작동했는지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세월호가 크게 기울었을 때 자동으로 주발전기가 꺼지고 비상발전기가 켜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비상발전기마저 작동되지 않아서 비상배터리로부터 상시 전원이 공급되는 GMDSS(해상조난안전시스템)을 제외한 모든 설비에 전원 공급이 끊겼을 가능성도 있다.

 

 

만약 타각지시기가 급변침 직후 전원공급이 중단되어 작동을 멈췄다면, 인양된 세월호 타각지시기의 "좌현 10도"는 급변침 직후의 타의 각도가 될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솔레노이드 밸브 고착설로는 사고 원인이 설명이 안 되고, "외력" 아니면 답이 나오지 않는다.

 

 

솔레노이드 밸브 고착이 사고 직전에 진행됐는지, 아니면 사고 이후 물속에 오랜 시간 방치되며 자연스럽게 진행됐는지 철저한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

 

설령 사고 직전에 고착됐다고 하더라도 37도 극전타가 될 수 있을지도 꼼꼼히 따져야 한다.

 

그리고 만약 사고 직전에 고착된 것이 아니라면, 사고 원인은 더더욱 "외력" 아니면 답이 나오지 않는다.

 

14.

<뉴스타파 기사 中>

"침몰 원인을 종합적으로 설명하려면 세월호의 취약한 복원성 문제를 다시 짚어볼 수밖에 없다. 그러니까, 사고 당시 세월호의 복원성 값이 어느 정도였기에 우현 37도 극전타가 발생했을 때 세월호 차량 블랙박스 영상에 나타났던 것처럼 선체가 단번에 왼쪽으로 50도까지 기울어질 수 있었느냐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시사점을 주는 것이 바로 지난 2월 선조위가 네덜란드 마린사에 의뢰해 실시했던 모형항주실험이다. 당시 다수 언론들은, 다양한 복원성 수치와 조타각도 등을 조합한 300차례 넘는 실험에도 불구하고 실제 세월호의 AIS 항적과 유사한 결과는 나타나지 않았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이는 선조위 조사업무를 총괄하는 권영빈 상임위원의 말을 인용한 것이었다."

 

 

 

"권 상임위원은 최근에도 SBS <김어준의 블랙하우스>에 출연해 마린 모형항주실험 결과 “해수부가 침몰 당시의 항적이라고 발표한 AIS 궤적과 근사치가 한 번도 안 나왔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그러나 뉴스타파가 마린의 세월호 모형항주실험 중간보고서를 입수해 살펴본 결과 이같은 발언은 사실과 거리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뉴스타파는 선조위가 네덜란드 MARIN에 의뢰한 모형항주실험 중간보고서 결과를 보면 권영빈 상임위원의 발언과는 다르게 세월호가 사고 당시 그려낸 실제 항적과 거의 일치하는 실험결과가 있다고 주장한다.

 

이 주장에 대해서는 내가 당장 반박하기 힘들다. 나에게는 모형항주실험 중간보고서가 없기 때문이다.

 

"세월호 실제 무게중심이 감사원 발표보다 10cm 이상 더 높았을 것으로 추산한다"는 내용도 마찬가지다.

 

어떤 근거로 그런 계산이 나왔는지 알 수 없기 때문에 뭐라고 판단하기 힘들다.

 

 

그런데 네덜란드 MARIN에서 시행한 세월호 모형항주실험에 직접 다녀온 사람들의 증언에 의하면 실험 당시 세월호 복원력 GoM 값을 아무리 떨어뜨려도 세월호가 사고 당시 그려낸 실제 항적이 나오지 않았다고 한다.

 

게다가 이 실험의 총 책임자인 MARIN의 행크 봄은 "세월호 사고 원인은 외력일 가능성이 크다"고 직접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모형항주실험 결과 중 세월호가 사고 당시 그려낸 실제 항적과 거의 일치하는 실험결과가 있다"는 뉴스타파의 주장은 이해하기 힘들다.

 

 

뉴스타파는 어떤 근거로 "모형항주실험이 실제 항적과 일치하는 결과가 있다"고 주장하는지 구체적인 자료를 공개해야 한다. 또한, 세월호 무게중심이 10Cm 더 높다고 주장하는 근거도 분명히 밝혀야 한다.

 

세월호의 항적과 복원력에 관한 부분은 이화여대 김관묵 교수의 페이스북에 정말 많은 분석 정보가 있다. 김관묵 교수는 "세월호의 복원력은 배가 쓰러질 정도가 아니었고, 타를 어떻게 쓰더라도 사고 당시 실제 항적이 나오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뉴스타파의 주장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부분이다. 누구의 주장이 맞는지 함께 지켜보면 좋겠다.

 

혹시 권영빈 위원께서 이 글을 보고 계시다면 김관묵 교수를 직접 꼭 만나보시라고 권하고 싶다. 김관묵 교수도 권영빈 위원을 만나길 매우 고대하고 있다.

 

김관묵 교수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profile.php?id=100001010860943 (클릭)

 

15.

<뉴스타파 기사 中>

"임남균 목포해양대 항해학부 교수는 “마린 보고서에 나타난 타각과 GM에 따른 선회반경의 경향성을 고려할 때, 타각을 우현 37도로 고정시키고 GoM은 0.4 전후 값으로 압축해 모형항주실험을 다시 실시한다면 실제 세월호의 AIS 항적과 근사한 결과가 도출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결국 솔레노이드 밸브 고착이 세월호 침몰의 스모킹 건으로 나타나면서 이제 세월호의 급변침과 침몰 원인을 온전히 설명해 내는 시기가 그리 멀지 않게 됐다."

 

 

솔레노이드 밸브가 세월호 침몰의 스모킹 건이라고 보기에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실제로 우현 37도 극전타가 일어났다고 단언할 수 없고, 세월호의 정확한 복원력을 산출하는 과정도 적잖은 논란이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실제로 배를 타고 있는 항해사들, 배의 엔진을 정비하는 기관사들, 배를 만드는 조선공학자들은 솔레노이드 밸브 고착만으로 세월호 같은 대형선박이 급격한 항적을 그리며 쓰러진다는 것에 회의적인 의견이 많다.

 

이번 뉴스타파 보도는 솔레노이드 밸브 고착설에 회의적인 의견을 가진 전문가들의 주장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은 채 성급한 결론을 내버렸다.

 

단순히 가설을 제시한 것이 아니라 아예 결론까지 내버렸기 때문에 이에 대한 반발은 클 수밖에 없다. 좀 더 실증적인 검증 과정을 거쳤으면 하는 아쉬움이 강하게 든다.

 

그렇다면 솔레노이드 밸브 고착은 침몰 원인과 전혀 무관한 걸까?

 

그건 아직 모른다. 세월호 침몰 원인은 아직 제대로 밝혀진 것이 아무것도 없기 때문이다.

 

나는 세월호 침몰 원인을 "외력"이라고 확신하지만, 더 합리적인 가설이 나온다면 언제든 설득당할 준비가 되어있다. "솔레노이드 밸브 고착설"과 "외력설"도 모두 철저한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

 

선조위가 철저하고 투명하게 조사를 진행한 후 "외력 흔적은 없고, 솔레노이드 밸브 고착이 침몰 원인이다"는 결론이 나온다면 이를 못 받아들일 이유가 없다.

 

하지만 솔직히 외력에 대한 조사가 제대로 이뤄질 수 있을지 의문이 강하게 드는 게 사실이다. 이는 비단 나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16.

지금까지 뉴스타파 보도에 대한 나의 의견을 정리해봤다.

 

나도 이 분야의 전문가는 아니기 때문에 여러 오류가 있을 수 있다는 점 인정한다.

 

혹시라도 나의 글로 인해 그간 뉴스타파가 세월호 진상규명을 위해 흘려온 땀방울이 폄훼되는 일은 절대 없어야 한다.

 

뉴스타파와 나의 주장은 "기존에 알려진 침몰 원인만으로는 사고가 과학적으로 설명되지 않는다"는 측면에서 맥락이 같다.

 

앞으로도 뉴스타파가 세월호 진상규명에 큰 역할을 해줄 것을 기대한다.

 

나도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을 묵묵히 해나가겠다.